불재의 겨울
날씨가 무척 춥다고 합니다, 겨울바람이 차를 날립니다.
일기예보를 들으면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날은 소처럼 웅크리고 앉아 호박 부침개나 부쳐 먹는게 최고죠
일기예보가 아니었다면 춥든 덥든 무조건 나가보는 건데
문명의 이기 속에 의지가 꺾이고 움추려들고 망설이게 됩니다
공자의 제자가 물동이를 지고 밭에 물을 대고 있던 노자의 제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수로를 만들면 금방 물을 댈 텐데.. 당신들은 힘들이면서 물동이를 지고 물을 대는가?"
"누가 그걸 모른단 말이요, 기계에 의지해서 일하게 되면 기심이 생겨 인간의 본성을 잃게 되는 법이요
"機心", 기계에 의존하는 마음이 생겨 본성을 잃게 된다는 노자의 제자들의 말이 일부 공감이 됩니다
감 몇개 하고 돼지고기 한 근을 사들고 불재에 갑니다
권사님의 구수한 전설같은 말씀이 웃음짓게 합니다
복실이가 산토끼며 노루를 잡았다는 말씀에 저도 복실이와 함께 경각산을 넘나듭니다
노루 어떻게 했느냐고요, 그건 알 것 없으시고요
불재 소롯길 아직도 푸른빛을 품고 있는 춘란과 차나무, 봄을 기다리며 빛을 모으고 있는 양지꽃이
나그네의 마음을 붙잡습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때죽나무, 산벚나무, 수리딸기 관목들은 몸을 벗고 적멸에 들었고
소나무, 잦나무, 노간주나무, 두그루 구상나무는 천지에 푸른 빛을 전하고 있습니다
창공을 바라보니 허공중에 한 사내가 붕새처럼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던져버렸습니다
내 마음은 겨울의 중심에서 저만치 물러서서 서성이는데
수많은 불재의 나무며 들꽃, 그리고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겨울 속으로 들어가는 한 사내는
독좌대웅봉 獨座大熊峰 하며 홀로 불재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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