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3732
  • Today : 636
  • Yesterday : 943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2753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2660
232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2661
231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2663
230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2663
229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2666
228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2666
227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2667
226 가졌습니다 하늘꽃 2008.01.08 2669
225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2671
224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2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