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2037
  • Today : 872
  • Yesterday : 1043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2591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2472
322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2474
321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2478
320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2478
319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2480
318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2480
317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2481
316 낙화 - 이 형기 물님 2012.10.23 2481
315 깨끗한 말 물님 2019.09.11 2481
314 별속의 별이 되리라 -잘라루딘 루미 구인회 2012.06.30 2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