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9770
  • Today : 996
  • Yesterday : 1280


걸음마

2012.11.30 06:34

도도 조회 수:2107

걸음마

 

나는 기어간다.

젖 냄새 향기로운

당신을 향하여

나는 섰다가도

기어가는 게 빠르다.

 

당신은 나를 서서

걸어오라 하신다.

나는 양팔을 벌려

균형을 잡고

한두 발 걷다가 쓰러지면

그 자리엔 항상

당신이 계신다.

나의 양팔은 한 순간 넘어지지만

당신의 양팔은 항상 벌려져 있어

잡고 서다가 놓고 서다가

혼자서 걷는 나

비척이다 넘어지는 나

 

황량한 들판으로

세찬 바람 속으로

산꼭대기까지

그 어디라도

 

손뼉치며 안아주시는

부드러운 목소리 들리는

오늘 나는

당신을 향하여

열 발도 넘게 간다

 

20121129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0 삶의 적정 온도 [2] 지혜 2011.08.29 1906
239 간이역에서 [1] 지혜 2011.10.17 1906
238 가을장마 [1] 지혜 2011.08.20 1907
237 술이 부는 피리 [1] 지혜 2011.08.27 1907
236 어떤 죽음 [2] 지혜 2011.10.01 1907
235 새벽 풍경 [1] 지혜 2011.09.15 1910
234 보이잖니 지혜 2011.11.24 1910
233 단풍 지혜 2011.11.06 1911
232 보이는, 보이지 않는 [2] 지혜 2011.11.13 1913
231 설고 설었다 [2] 지혜 2011.09.16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