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5340
  • Today : 402
  • Yesterday : 926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2009.08.31 21:10

물님 조회 수:2851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정윤천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년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데,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룰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활 받았다. 다음 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빼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하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참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구석 - 실천문학사 200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2649
282 목적독백 [4] file 하늘꽃 2009.01.12 2650
281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2650
280 감각 요새 2010.03.21 2651
279 행복 요새 2010.07.20 2652
278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2653
277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2654
276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2656
275 민들레 [2] 운영자 2008.11.19 2657
274 차안의 핸드폰 [3] file 하늘꽃 2009.01.13 2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