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토르소」
2012.03.27 07:27
이장욱, 「토르소」
손가락은 외로움을 위해 팔고
귀는 죄책감을 위해 팔았다.
코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팔았으며
흰 치아는 한 번에 한 개씩
오해를 위해 팔았다.
나는 습관이 없고
냉혈한의 표정이 없고
옷걸이에 걸리지도 않는다.
누가 나를 입을 수 있나.
악수를 하거나
이어달리기는?
나는 열심히 트랙을 달렸다.
검은 서류가방을 든 채 중요한 협상을 진행하고
밤의 쇼윈도우에 서서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았다.
악수는 할 수 없겠지만
이미 정해진 자세로
긴 목과
굳은 어깨로
당신이 밤의 상점을 지나갔다.
헤이,
내가 당신을 부르자 당신이 고개를 돌렸다.
캄캄하게 뚫린 당신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치는 순간,
아마도 우리는 언젠가
만난 적이 있다.
아마도 내가
당신의 그림자였던 적이.
당신이 나의 손과
발목
그리고 얼굴이었던 적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3 | 아직 가지 않은 길 [2] | 구인회 | 2010.02.05 | 2705 |
242 | 눈동자를 바라보며 [1] | 운영자 | 2008.12.28 | 2707 |
241 | 내 똥에서 나온 반딧불 [1] | 운영자 | 2007.07.19 | 2708 |
240 | 가졌습니다 | 하늘꽃 | 2008.01.08 | 2709 |
239 | 풀 -김수영 | 물님 | 2012.09.19 | 2709 |
238 | 아침에 하는 생각 | 물님 | 2009.04.10 | 2710 |
237 | 새벽밥 | 물님 | 2012.09.04 | 2711 |
236 | 갈 대,, `신경림 | 구인회 | 2010.03.15 | 2712 |
235 | 꽃 -김춘수 | 물님 | 2012.07.24 | 2718 |
234 | 바다가 말하기를 [2] | 운영자 | 2008.12.06 | 2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