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2146
  • Today : 981
  • Yesterday : 1043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2685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584
242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2585
241 사랑 요새 2010.12.11 2585
240 물님 2012.06.14 2585
239 새벽밥 물님 2012.09.04 2585
238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2586
237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2586
236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2592
235 배달 [1] 물님 2009.03.12 2593
234 [5] 하늘꽃 2008.11.17 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