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 이 밥 / 허형만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땅을 기어보았느냐
그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이 후미진 땅이 하늘이라면 한목숨 바쳐 함께 갈 수 있겠느냐
기다가 기다가 결국 온 몸을 놓아버린 자리에서 키 작은 꽃 하나 등불처럼 매단다면 곧이 듣겠느냐
남아메리카에서 불재로 이사온 괭이밥과 귀화들꽃 자주괭이밥이라 불리나 자주색 보다는 연분홍꽃 줄기와 이파리가 자주색인 사랑초가 귀화하면서 헷갈려서 지어진 이름이 아닌가 추정해봅니다. 홀씨 하나 바람에 실려 왔는지 어느 길 잃은 천사가 씨앗을 뿌려주셨는지 불재의 유월 수줍은 자주 괭이밥 바위 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분홍빛 웃음 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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