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3536
  • Today : 1040
  • Yesterday : 1084


봄밤 - 권혁웅

2012.09.20 13:40

물님 조회 수:4056

                      봄         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이쪽 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꼬리잡기 [5] 운영자 2008.09.15 4007
102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4007
101 '손짓사랑' 창간시 file 도도 2009.02.03 4003
100 오 늘 - 구상 물님 2011.05.16 3997
99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3997
98 파랑새를 찾아서...(한글판요^^) [1] file 이규진 2009.06.26 3997
97 바다가 말하기를 [2] 운영자 2008.12.06 3994
96 웅포에서 [1] 하늘꽃 2008.06.24 3994
95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3989
94 약수정 오늘 이시는 내가만든 지붕을 부셔줬다 [3] 하늘꽃 2008.06.30 3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