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등뼈
2011.06.13 23:40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 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톱과 낫 거두기 [3] | 이중묵 | 2009.01.17 | 3662 |
92 | 하느님 나라 [5] | 하늘꽃 | 2008.09.09 | 3666 |
91 | 좋아하는 노래 : '청보리밭의 비밀' [2] | 수행 | 2011.03.22 | 3668 |
90 | 낙타 [1] | 물님 | 2011.09.19 | 3682 |
89 | 봄날 [4] | sahaja | 2008.04.22 | 3687 |
88 | 아침에 쓰는 일기.3 [2] | 하늘꽃 | 2008.05.20 | 3692 |
87 |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 물님 | 2021.12.09 | 3696 |
86 | 당신은 [5] | 하늘꽃 | 2008.09.18 | 3701 |
85 | 고독 [4] | sahaja | 2008.05.18 | 3702 |
84 | 여물 [4] | 운영자 | 2008.07.21 | 3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