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9604
  • Today : 795
  • Yesterday : 904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3196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3252
152 풀 - 김수영 [1] 물님 2011.12.11 3254
151 희망 [8] 하늘꽃 2008.08.19 3256
150 편지 [5] 하늘꽃 2008.08.13 3259
149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3263
148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3271
147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3285
146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3288
145 어떤바람 [3] 하늘꽃 2008.06.19 3289
144 [1] 샤론(자하) 2012.03.12 3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