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9933
  • Today : 824
  • Yesterday : 1057


山 -함석헌

2012.10.06 08:41

구인회 조회 수:3729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낙타 [1] 물님 2011.09.19 4327
312 가람 이병기 -난초- 물님 2013.06.04 4314
311 고독 [4] file sahaja 2008.05.18 4311
310 가을의 기도 -김현승 물님 2011.10.18 4301
309 아침에 쓰는 일기.3 [2] 하늘꽃 2008.05.20 4291
308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구인회 2013.09.18 4289
307 사랑하는 별하나 [1] 불새 2009.09.24 4267
306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4259
305 sahaja님의 '불재'를 읽다가... [3] 포도주 2008.05.23 4254
304 자리 [2] 물님 2013.01.31 4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