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6189
  • Today : 1259
  • Yesterday : 1451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463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시론 물님 2009.04.16 1456
282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456
281 배달 [1] 물님 2009.03.12 1458
280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1459
279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물님 2009.08.31 1459
278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1459
277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1459
276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1460
275 [1] 샤론(자하) 2012.03.12 1460
274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1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