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498793
  • Today : 729
  • Yesterday : 846


익산 석불사

2020.05.08 09:27

물님 조회 수:2319

익산 석불사


                                               숨 이병창


  

내 어린 날의 추억 속에서

할머니는 힘이 장사셨다

온종일 뙤약볕에서 홀로 밭매던 할머니

고구마밭 밭고랑을 자꾸 세면

밭을 못 맨다고 나무라시던 할머니

초파일이 가까워지는 날

할머니는 커다란 쌀자루를

어깨에 메고 길을 나섰다.

미륵산 못미처 자리한

작은 석불사.

누가 올려 세웠을까.

몸은 백제 시대 불상이라는데

눈이 큰 동네 아저씨의 얼굴이 얹혀 있었다.

목둘레마저 제대로 맞지 않던 부처님이

한순간 나를 보고 웃으셨다

먼저 내가 웃었던 까닭일까

돌아오는 길

부처님이 나를 보고 웃었다고 말해도

할머니는 가던 길처럼

오는 길도 말씀이 없으셨다.

그때 할머니는 어떤 부처님을 만나셨길래

한 말씀도 없으셨을까


 

익산 연동리 석불사의 석조여래좌상은 7세기 전반에 제작된 백제 최대(몸 높이 2.09m, 광배 3.34m)의 환조(丸彫한 덩어리의 돌로 제작한 3차원 입체 조각석불이다후세에 불두를 얹어 놓았는데 광대 형상의 얼굴이라 해서 문화재청과 익산시가 다시 복원한다고 한다그러나 수백 년 세월 동안 지역 민중의 가슴을 보듬어온 불상을 못생겼다고 하는 이유로 바꾸는 것은 함부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수십억 인류의 얼굴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불상의 얼굴도 다양하게 다를 수 있지 않은가석불사의 석불은 할머니와 옛날 무명의 석공 가슴 속에 자리한 붓다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불두를 내려놓고 각자가 자신 안에 있는 부처의 얼굴을 올려놓으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대한민국에 그런 절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KakaoTalk_20200421_155716824.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 로열블루 file 도도 2020.09.02 2814
70 접천 file 도도 2020.07.11 2525
69 고산 안수사 물님 2020.06.21 2307
68 종남산 송광사 file 도도 2020.06.14 2353
» 익산 석불사 물님 2020.05.08 2319
66 귀신사(歸信寺)(2) file 물님 2020.05.01 2305
65 귀신사의 뒷모습 file 물님 2020.05.01 2315
64 알렉산드리아에서 물님 2020.01.16 2320
63 파랑 - 숨님의 시 file 도도 2019.12.21 2319
62 두륜산 대흥사 - 숨 이병창 file 도도 2019.06.30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