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8930
  • Today : 667
  • Yesterday : 924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2446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물님 2009.08.31 2441
252 김남주, 「추석 무렵」  물님 2011.09.14 2443
251 민들레 [2] 운영자 2008.11.19 2444
250 구름 한 점 file 구인회 2010.02.02 2444
249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2444
248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2444
247 안부 [3] file 물님 2009.03.05 2445
»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2446
245 사랑 요새 2010.12.11 2447
244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2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