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2822
  • Today : 420
  • Yesterday : 874




비 내리면 / 이중묵
- 향나무의 꿈 -



인정머리 없는
허름한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시원히
비 내리면

우산을 찾아 비를 맞으며
우산 속에 부서진 빗물이 들어오고 구두 안에 물이 새어 들어 올 때까지 슬라브집 처마 아래 어쩔 수 없이 만든 어설픈 화단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향나무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외로운 향나무에게는 빗물의 부스러기조차 날리지 않고, 그가 목을 늘여 빗물을 보아도 헛짓이 되고, 뿌리에 닿아 있는 건 마른기침만 해대는 흙 부스러기 뿐이다.

그런데 비 내리면
나는 아스팔트를 떼어내고 새 화단을 만들어 향나무를 옮길 꿈만 꾸고
향나무는 활짝 웃는 꿈만 꾼다.
꿈은 촛불로 타오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신현락, 「고요의 입구」 물님 2013.01.08 3090
142 사철가 [1] 물님 2009.03.16 3080
141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3078
140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3078
139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3077
138 확신 [2] 이상호 2008.08.03 3077
137 바람 잘 날 없어라 / 박노해 [1] file 구인회 2010.02.04 3076
136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3074
135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3074
134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3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