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김수영
2011.12.11 06:24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3 | 벼를 읽다 [1] | 하늘꽃 | 2007.01.30 | 4951 |
272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물님 | 2012.03.19 | 4952 |
271 |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 키론 | 2011.11.21 | 4953 |
270 |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 물님 | 2012.08.13 | 4953 |
» | 풀 - 김수영 [1] | 물님 | 2011.12.11 | 4956 |
268 | 바람 잘 날 없어라 / 박노해 [1] | 구인회 | 2010.02.04 | 4958 |
267 |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 물님 | 2012.01.02 | 4958 |
266 | 비상 - 김재진 [3] | 만나 | 2011.03.06 | 4960 |
265 | 설정환, 「삶의 무게」 | 물님 | 2012.07.12 | 4960 |
264 |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 운영자 | 2008.06.10 | 4962 |
바람맞으면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
사람도 센바람을 맞은 사람이 야무지게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