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2775
  • Today : 1349
  • Yesterday : 1200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2021.08.11 05:06

물님 조회 수:3097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무더운 열기와 무거운 공기와

      얼굴을 가리고 말들을 삼키고

      마스크 씌워져 무감하고 무디어진

      내 생의 날들이여 

 

      이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맑아지고 섬세해진 나의 감각으로

      거짓과 진실을

      강제와 자율을

      예리하게 식별해 가야겠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바뀌었다

      하늘이 높아졌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바다 [3] 이상호 2008.09.08 2767
122 떼이야르드 샤르뎅 [2] 운영자 2008.09.04 2872
121 아침에 쓰는 일기 3. [8] 하늘꽃 2008.09.01 3708
120 사하자입니다~! [3] file sahaja 2008.08.27 3632
119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2797
118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799
117 산새 [5] 운영자 2008.08.19 3767
116 희망 [8] 하늘꽃 2008.08.19 3127
115 문수암(내 손버릇을 고쳐놓은시) [3] 하늘꽃 2008.08.15 2759
114 편지 [5] 하늘꽃 2008.08.13 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