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김수영
2011.12.11 06:24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3 | 포도가 저 혼자 | 하늘꽃 | 2007.09.15 | 3200 |
142 | 당신에게 말 걸기 [1] | 물님 | 2011.09.26 | 3201 |
141 | 인생을 말하라면 | 물님 | 2011.12.05 | 3203 |
140 |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 물님 | 2011.10.18 | 3205 |
139 | 멀리 가는 물 [1] | 물님 | 2011.05.24 | 3207 |
138 | 소동파의 시 | 물님 | 2021.12.18 | 3208 |
137 | 초혼 [1] | 요새 | 2010.07.28 | 3209 |
136 | 어떤바람 [2] | 제로포인트 | 2016.04.04 | 3210 |
135 | 어떤바람 [3] | 하늘꽃 | 2008.06.19 | 3217 |
134 |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 물님 | 2011.11.22 | 3222 |
바람맞으면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
사람도 센바람을 맞은 사람이 야무지게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