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490127
  • Today : 1524
  • Yesterday : 1063


숲과 연못이 있는 학교

2014.07.19 08:17

물님 조회 수:3282

 

숲과 연못이 있는 학교…아이들 정서가 달라진다

집중력 높아지고 학교폭력 예방 효과도…2017년까지 전국 1천여 학교에 ‘학교숲’ 조성

 
  •  

[서울] “날씨가 더위지면서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이 많이 흘러내리는 데 학교숲이 생겨 친구들과 얘기하며 쉴 수 있어 좋아요.”

학교 한편의 쓸모없었던 빈 터, 먼지 날리던 공간이 푸른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학교숲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와 그 주변 지역에 조성·관리하는 도시숲이다. 청소년들에게 친자연적인 학습 공간을 제공하고 정서 함양에도 한몫하고 있다. 나아가 학교숲은 학교폭력을 줄이거나 예방하고 생활권 지역 주민에게는 녹색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숲 조성은 산림청이 시민단체 ‘생명의숲’과 1999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1,271개교의 학교숲을 조성했다. 학교와 주변 지역에서 방치된 자투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조성했다.

광주광역시 소재 효덕초등학교에 잘 조성된 학교숲. 숲 사이로 산책로까지 만들어 어린 학생들이 길을 따라 걸으며 동심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사진=산림청)

효덕초등학교 학생들이 아빠와 함께 숲속 정자에 둘러앉아 숲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효덕초)

산림청은 올해 42억 원의 예산을 투입, 전국 70개 초·중·고교에 학교숲을 조성한다. 특히 올해는 기업 참여 학교숲 조성 일환으로 삼성화재가 함께했다. 2012년 2개교, 지난해에는 4개교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 8개교로 확대 추진한다. 이들 학교에 대한 학교숲 조성 비용은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급여에서 1%를 적립한 사회공헌기금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학교숲을 조성한 광주효덕초등학교의 경우 1년 새 숲이 꽉 찼다. 방과후학교 전담교사인 이정 씨는 “숲 사이로 산책길을 조성해 학생들이 걸으며 여름에 피는 꽃을 관찰하고 나무 이름도 외운다. 숲해설가를 초청해 숲에 대해 몰랐던 내용을 공부하는 기회도 갖는다.”며 “나무가 쑥쑥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학생들의 동심도 커가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꽃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이 공을 들였다. 숲이 잘 조성돼 점심식사 후 우르르 몰려들어 이제는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준공식을 올린 덕수고등학교 학교숲. 하늘에 닿을듯한 메타스퀘어 나무를 비롯해 땅에 기댄 작은키 벌개미취, 기린초까지 층별 다양하게 조성했다.
지난달 준공식을 가진 덕수고등학교 학교숲. 하늘에 닿을 듯한 메타스퀘어 나무를 비롯해 땅에 기댄 작은키 벌개미취, 기린초까지 층별로 다양하게 조성했다.

학교숲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운치를 더한다. 연못 주위로 나무계단을 층층이 설치해 야외수업이나 쉼터로서 명당이 될 것 같다.
학교숲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운치를 더했다. 연못 주위로 나무계단을 층층이 설치해 야외수업이나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학교숲 준공식을 가진 덕수고등학교. 지하철에서 하차해 출구를 빠져나오니 계단 아래 정문으로 이어진 울창한 숲이 눈앞에 장관을 이룬다. 학교가 울창한 숲 속에 사뿐히 내려앉은 형국이다. 1910년 개교해 올해 105회째 신입생을 받은, 야구 명문고로 잘 알려진 덕수고다. 교목 백송 두 그루가 건물 중앙 뜰 양쪽에 지킴이처럼 우뚝 섰다.

새로이 조성된 학교숲은 학교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으로 넓지도, 좁지도 않게 딱 알맞게 조성됐다. 3층 건물 높이 만큼 자란 키다리 메타스퀘어를 중심으로 주위에는 중간층 크기의 계수나무, 고로쇠나무, 수수꽃다리나무가 자리했다. 가장자리에는 금계국, 섬패랭이꽃, 백문동, 백철쭉 등의 화초와 작은키나무 등 3단계로 균형을 맞춰 조성했다. 숲 중앙에는 둥글게 긴 벤치도 마련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쉴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연못도 보이고 바로 옆에는 나무 계단을 설치해 한 학급 정도가 야외수업 하기에 딱 좋을 것 같다. 숲 바로 옆에는 덩굴손을 조성하고, 그 아래 벤치와 탁자를 준비해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그늘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한 여학생은 “학교 숲이 생겨 친구들과 교실 밖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고, 야외 독서공간 역할도 한다.”며 “학교숲 조성 후 학교가 더 깨끗해졌다. 숲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공부하면 머리에 쏙쏙 더 잘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드림스쿨-드디어 완성됐다! 림들을 위한 스타일리쉬하고 쿨한 학교숲’. 숲 조성 후 덕수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선사한 숲 한편에 설치한 4행시 팻말이다. 학교숲 옆에는 하늘 뒤덮은 덩굴손을 조성하고 나무 벤치와 탁자를 놓아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지난달 조성된 돈암초등학교 학교숲. 교정 앞과 운동장 한편에 다양한 나무들을 식재했다. 시간이 지나 숲이 꽉 차면 학생들과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받을 것이다.

이어 덕수고와 함께 지난달 학교숲 준공식을 올린 서울돈암초등학교를 찾았다. 이곳에서 4년째를 맞은 신하연 학교보안관은 “지난달 운동장과 놀이터 사이에 숲을 조성했다.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 후 쉴 만한 마땅한 그늘이 없었는데 학교숲 조성으로 해결됐다.”며 “돈암초등학교는 2008년부터 학교공원 조성으로 건물 주위로 숲이 가득하다. 환경이 아름다운 학교로 멀리 지방에까지 알려진 명문교”라고 자랑했다.

김석태 생활복지부장은 “학교숲 조성전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설문조사도 시행했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다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숲이 조성되고 시간이 지나 울창해지면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더위를 피하고 운동하다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또 친구끼리 모여 얘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우 활용도 높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조성된 돈암초등학교 학교숲, 교정 앞과 운동장 한편에 다양한 나무들을 식재했다. 시간이 지나 숲이 꽉 차면 학생들과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을 받을 것이다.
‘드림스쿨-드디어 완성됐다! 후배 림들을 위한 스타일리쉬하고 쿨한 학교숲’. 숲 조성 후 덕수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선사한 4행시 팻말이다. 학교숲 옆에는 덩굴손을 조성하고 나무 벤치와 탁자를 놓아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학교숲 조성 전 해당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교사와 학생 모두가 대찬성이었다고 한다. 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학교숲 조성 및 확대에 대한 한국갤럽연구소의 국민의식 조사결과 95% 이상이 ‘찬성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숲이 있는 학교가 숲이 없는 학교보다 학생들에게 집중력, 호기심, 정서적 균형 등 교육적인 효과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또 학교숲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효과 분석에 따르면, 학교숲을 조성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아동의 공격성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숲이 있는 학교의 경우 집중력, 호기심, 정서적균형이 높게 나타나고, 학교숲 조성시 적대감, 공격성, 분노감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숲이 있는 학교의 경우 집중력, 호기심, 정서적 균형이 높게 나타나고, 학교숲 조성시 적대감, 공격성, 분노감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표를 통해 알 수 있다.

한편, 각 학교에 조성된 학교숲은 학생과 교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나무를 선정했다. 종류도 다양하다.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았다. 이를 학생들이 잘 알 수 있도록 화초나 나무마다 그 특성을 담아 예쁘게 디자인된 표찰을 설치해뒀다. 더 많은 상세정보를 볼 수 있도록 표찰에 QR코드도 담았다.

학교숲은 학교의 주변여건과 특성에 따라 개성있게 조성돼 있엇다. 연못을 조성해 연꽃이 자라고 금붕어와 잉어가 헤엄쳐 다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옛날 시골 수박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원두막을 설치해 향수에 젖게 한 곳도 있다. 또 학교 교실벽을 담쟁이덩굴로 조성해 교실 전체를 녹색옷으로 입힌 곳도 볼 수 있다. 학교숲으로 인해 학교가 생태체험장으로 변신, 어린 학생들이 시간들여 힘들게 외지 먼곳으로 갈 필요도 없어졌다.

앵두나무 표찰, 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우물가에서 잘 자란다고 기록돼 있다. 모든 나무의 표찰을 설치해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앵두나무 표찰, 물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우물가에서 잘 자란다고 기록돼 있다. 모든 나무의 표찰을 설치해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학교숲에서 한 아이가 포즈를 취하자 엄마가 이를 놓칠세라 카메라에 담고 있다. 구로초등학교 교실 외벽에는 덩굴손이 딱딱한 콘크리트 벽을 감싸고 있다. 실개천이나 연못을 조성한 곳도 있다.
학교숲에서 한 아이가 포즈를 취하자 엄마가 이를 놓칠세라 카메라에 담고 있다. 구로초등학교 교실 외벽에는 덩굴손이 딱딱한 콘크리트 벽을 감싸고 있다. 실개천이나 연못을 조성한 곳도 있다.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송갑수 사무관은 “학교숲은 청소년들의 집중력 향상,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고, 학교폭력 예방에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특히, 토지매입비가 필요없는 최적의 공간으로 생활권 내에 부족한 녹지를 확대하고, 청소년들에게는 자연학습의 장, 지역주민에게는 녹색쉼터로 활용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림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에 숲이 많고 건물에 목재를 많이 사용하면 학생들의 정서순화에 좋다고 들었다. 산림청이 학교폭력 같은 청소년 문제에 적극 개입해 정책을 만들고 이행해 주기 바란다.”며 관심을 보였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1,100여 개 학교에 학교숲을 새로 더 조성할 예정이다.

정책기자 박동현(직장인) qlove1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