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07
내 유년의 가르침은
물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20 | 수레 | 지혜 | 2012.08.23 | 2825 |
119 | 오월의 기도 | 도도 | 2012.05.24 | 2825 |
118 | 봄 편지 [3] | 지혜 | 2012.03.17 | 2824 |
117 | 잔잔해진 풍랑(마르코4장35절-41절) [1] | 지혜 | 2011.08.09 | 2821 |
116 | 어둠이 집을 지었지만 | 지혜 | 2011.10.23 | 2817 |
115 | 가을 [1] | 마음 | 2013.09.11 | 2816 |
114 | 공부 잘 한 날 [1] | 지혜 | 2011.08.06 | 2815 |
113 | 술이 부는 피리 [1] | 지혜 | 2011.08.27 | 2812 |
112 | 나 [2] | 물님 | 2011.07.24 | 2809 |
111 | 가을비 [1] | 지혜 | 2012.10.19 | 2803 |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