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9697
  • Today : 588
  • Yesterday : 1057


조문(弔問)

2016.11.24 10:13

물님 조회 수:3062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3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물님 2020.09.09 3288
352 생명의 노래 [1] 구인회 2010.01.27 3293
351 세사르 바예호 물님 2017.11.02 3322
350 꿈 - 헤르만 헷세 물님 2018.08.13 3348
349 가을 노래 - 이해인 물님 2017.11.02 3352
348 물님 2020.09.05 3366
347 진달래 ∫ 강은교 file 구인회 2010.02.23 3372
346 스승 물님 2018.05.17 3398
345 '나에게 영웅은' 물님 2019.09.30 3446
344 길을 잃으면 물님 2019.09.30 3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