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6319
  • Today : 390
  • Yesterday : 991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운영자 조회 수:2780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2661
102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2659
101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2656
100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2656
99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2655
98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2655
97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 Rumi 구인회 2012.10.12 2652
96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2652
95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2649
94 꼬리잡기 [5] 운영자 2008.09.15 2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