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600
  • Today : 1066
  • Yesterday : 1259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1710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1676
122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1675
121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1672
120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1671
119 雨期 [1] 물님 2011.07.29 1671
118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1669
117 구름 한 점 file 구인회 2010.02.02 1669
116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1669
115 비 내리면(부제:향나무의 꿈) / 이중묵 [4] file 이중묵 2009.01.21 1669
114 둥우리여 - 백글로리아 [2] 구인회 2012.09.26 1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