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8684
  • Today : 1190
  • Yesterday : 1268


물 1

2007.01.22 23:34

운영자 조회 수:2568

        물 1


                    이병창


  나는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태초에 하늘을 떠돌다가 오늘은
  이승의 우물물로 고여있다 해도
  나는 한 번도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흘러가는 시냇물
  파도치는 바다에서
  나는 나로 춤을 추고 있었을 뿐


  나는 나이를 먹어본 적도 없소
  나는 어떤 추억도 없이
  여기에서 여기로 흐르고 있을 뿐
  꽃샘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봄눈과 함께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


  나는 어느 하늘 어느 땅에서도
  머물러 본 적이 없소
  나는 이전에 누구를 만나 적도 없소
  한 점의 후회도 없이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로
  지금 흘러가고 있을 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스승 물님 2018.05.17 1209
22 흰구름 물님 2017.10.24 1209
21 행복 - Hermann Hesse 물님 2019.12.07 1198
20 가면 갈수록 물님 2020.01.15 1197
19 자작나무 file 물님 2020.10.24 1193
18 까미유 끌로델의 詩 구인회 2020.05.10 1192
17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도도 2020.10.28 1186
16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박노해 물님 2020.11.17 1184
15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물님 2020.09.09 1184
14 밤에 길을 잃으면 -쟝 폴렝 물님 2021.01.29 1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