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3 | 풀 -김수영 | 물님 | 2012.09.19 | 1950 |
312 | 배달 [1] | 물님 | 2009.03.12 | 1955 |
311 |
Looking for blue bird....
[3] ![]() | 이규진 | 2009.06.26 | 1955 |
310 | 둥우리여 - 백글로리아 [2] | 구인회 | 2012.09.26 | 1955 |
309 | 호수 -문병란 | 물님 | 2012.05.23 | 1957 |
308 | 석양 대통령 | 물님 | 2009.05.13 | 1958 |
307 | 김종삼, 「라산스카」 | 물님 | 2012.07.24 | 1959 |
306 |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 이중묵 | 2009.02.04 | 1961 |
305 |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 물님 | 2012.08.13 | 1962 |
304 | 새벽밥 | 물님 | 2012.09.04 | 19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