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7986
  • Today : 647
  • Yesterday : 934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342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 문태준 - 급체 물님 2015.06.14 2199
332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물님 2015.05.19 2298
331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2273
330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2346
329 담쟁이 물님 2014.05.13 2938
328 페르샤 시인의 글 물님 2014.05.02 3327
327 봄은 울면서 온다 도도 2014.03.25 2428
326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2983
325 나무학교 물님 2013.11.27 2899
324 느을 당신이 있네요. [1] 솟는 샘 2013.11.06 2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