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등뼈
2011.06.13 23:40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 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3 |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 이중묵 | 2009.03.03 | 3295 |
242 | 고독에게 1 | 요새 | 2010.03.21 | 3293 |
241 | 폼 잡지 말고 [1] | 하늘꽃 | 2011.06.02 | 3292 |
240 | 길 잃고 [1] | 물님 | 2011.01.12 | 3292 |
239 |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 요새 | 2010.06.19 | 3291 |
238 |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 이중묵 | 2009.02.04 | 3289 |
237 | 웅포에서 | 요새 | 2010.12.05 | 3285 |
236 | 최영미, 「선운사에서」 | 물님 | 2012.03.05 | 3282 |
235 | 꿈 길에서 1 | 요새 | 2010.03.15 | 3277 |
234 | 달의 기도 | 물님 | 2022.09.19 | 32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