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등뼈
2011.06.13 23:40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 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3 |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 이중묵 | 2009.02.04 | 4498 |
252 |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 물님 | 2009.07.02 | 4492 |
251 | 확신 [2] | 이상호 | 2008.08.03 | 4492 |
250 | 눈물 [1] | 물님 | 2011.12.22 | 4490 |
249 |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물님 | 2009.08.31 | 4490 |
248 |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1] | 관계 | 2008.05.15 | 4490 |
247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 물님 | 2011.10.10 | 4488 |
246 | 어떤바람 [3] | 하늘꽃 | 2008.06.19 | 4488 |
245 |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 물님 | 2012.10.09 | 4483 |
244 | 느을 당신이 있네요. [1] | 솟는 샘 | 2013.11.06 | 44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