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弔問)
2016.11.24 10:13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3 | 행복 - 헤르만 헤세 | 물님 | 2021.01.18 | 2613 |
362 | 나비에게 | 요새 | 2010.07.18 | 2642 |
361 | 행복 - Hermann Hesse | 물님 | 2019.12.07 | 2651 |
360 | 헤르만 헤세 - 무상 | 물님 | 2021.03.18 | 2664 |
359 |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 물님 | 2020.09.09 | 2667 |
358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물님 | 2016.03.08 | 2681 |
357 | 벗 | 요새 | 2010.07.20 | 2688 |
356 | 흰구름 | 물님 | 2017.10.24 | 2705 |
355 | 꽃 | 요새 | 2010.03.15 | 2713 |
354 | 전화 -마종기 시인 | 물님 | 2012.03.26 | 2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