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0010
  • Today : 1236
  • Yesterday : 1280


달팽이

2008.06.08 23:30

운영자 조회 수:2884



       달팽이
                         - 문연남의 달팽이 그림에 붙여 -


간다
그냥 간다.
두려움 없이 가는 길
공중의 새는 날다가 떨어져도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가는 길
지구는 너무나도 든든하여
넘어질 곳은 하나도 없다.


간다.
저기 하늘을 찌르는 나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인간들은 가르친다는 데
나는 그냥 갈 뿐.
조상들이 걸어 온 수평의 길을 지나
이제 나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길을
걸어보리라.


내가 걸어 온 길에도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의 길이 될 흔적이.
아무리 끈끈하고 축축한 삶이라 해도
등에 진 짐에 등이 휘어진다 해도  
나는 이곳에만 머무를 수 없다.
이곳에서 여기로 떠나가는 길
나는 늘 그 길을 가는 나그네일 뿐.
허공을 향하여
세월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그네일 뿐.


               08. 6. 6 아침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1573
312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1576
311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1576
310 [1] 샤론(자하) 2012.03.12 1576
309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1577
30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577
307 풀꽃 [1] 물님 2010.12.30 1578
306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1578
305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1578
304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1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