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弔問)
2016.11.24 10:13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53 | 11월 - 배귀선 | 물님 | 2016.11.24 | 1145 |
352 | 가을 몸 | 물님 | 2017.11.02 | 1146 |
» | 조문(弔問) | 물님 | 2016.11.24 | 1149 |
350 |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 물님 | 2021.10.19 | 1149 |
349 | 서성인다 - 박노해 | 물님 | 2017.09.19 | 1183 |
348 | 상사화 | 요새 | 2010.03.15 | 1203 |
347 | 이육사 유고시 -광야 | 물님 | 2021.06.10 | 1204 |
346 | 자녀교육을 위한 시 - 칼릴 지브란 | 물님 | 2018.06.05 | 1205 |
345 | 벗 | 요새 | 2010.07.20 | 1209 |
344 | 생명의 노래 [1] | 구인회 | 2010.01.27 | 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