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5568
  • Today : 677
  • Yesterday : 966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3101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귀를 위하여 /물님 하늘꽃 2007.09.14 2865
292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2866
291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2867
290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2867
289 킬리만자로의 표범 [2] 물님 2011.07.03 2871
288 가을은 아프다 / 신 영 [2] 구인회 2010.09.11 2873
287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2874
286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운영자 2007.08.19 2875
285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2878
284 내 똥에서 나온 반딧불 [1] 운영자 2007.07.19 2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