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4260
  • Today : 565
  • Yesterday : 1199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2021.12.09 11:30

물님 조회 수:5303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자끄 프레베르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 안경에 낡은 회색 옷
엽권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자끄 프레베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3 산새 [5] 운영자 2008.08.19 5120
342 발가락 - 이보름 작품 - [3] file 운영자 2008.04.03 5120
341 모든 것이 그대이며 나인 것을 아는 그대 [1] 채운 2006.07.24 5116
340 사족.. 물님의 시에 음악을 달다.. [2] file 새봄 2008.03.29 5109
339 유혹 [3] 하늘꽃 2008.04.23 5072
338 기도 [6] file 새봄 2008.03.31 5070
337 불먹은 가슴 [4] 하늘꽃 2008.05.27 5049
336 아침에 쓰는 일기 3. [8] 하늘꽃 2008.09.01 5038
335 달팽이.2~ [1] 하늘꽃 2008.06.09 5030
334 감상문포함 [1] 하늘꽃 2008.01.19 5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