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013.01.23 22:00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겨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시_ 박재삼 – 1933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남. 시집 『춘향이 마음』『햇빛 속에서』『천년의 바람』『어린 것들 옆에서』『뜨거운 달』『비 듣는 가을나무』『추억에서』『대관령 근처』『찬란한 미지수』『해와 달의 궤적』 등. 시조집 『 내 사랑은』. 수필집 『슬퍼서 아름다운 이야기』『빛과 소리의 풀밭』『노래는 참말입니다』『샛길의 유혹』『바둑한담』『아름다운 삶의 무늬』『미지수에 대한 탐구』. 1997년 지병으로 영면함.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톱과 낫 거두기 [3] | 이중묵 | 2009.01.17 | 3745 |
92 | 좋아하는 노래 : '청보리밭의 비밀' [2] | 수행 | 2011.03.22 | 3747 |
91 | 낙타 [1] | 물님 | 2011.09.19 | 3751 |
90 | 하느님 나라 [5] | 하늘꽃 | 2008.09.09 | 3779 |
89 | 고독 [4] | sahaja | 2008.05.18 | 3795 |
88 | 당신은 [5] | 하늘꽃 | 2008.09.18 | 3795 |
87 | 아침에 쓰는 일기.3 [2] | 하늘꽃 | 2008.05.20 | 3806 |
86 | 봄날 [4] | sahaja | 2008.04.22 | 3823 |
85 | 여물 [4] | 운영자 | 2008.07.21 | 3845 |
84 |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 물님 | 2021.12.09 | 38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