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2021.08.11 05:06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무더운 열기와 무거운 공기와
얼굴을 가리고 말들을 삼키고
마스크 씌워져 무감하고 무디어진
내 생의 날들이여
이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맑아지고 섬세해진 나의 감각으로
거짓과 진실을
강제와 자율을
예리하게 식별해 가야겠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바뀌었다
하늘이 높아졌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3 | 나는 나날이 | 운영자 | 2008.06.18 | 2646 |
102 |
나비 / 류 시화
[1] ![]() | sahaja | 2008.06.16 | 2648 |
101 | 고백시편 -13 [2] | 조태경 | 2008.06.14 | 3058 |
100 |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 운영자 | 2008.06.10 | 2765 |
99 | 달팽이.2~ [1] | 하늘꽃 | 2008.06.09 | 3407 |
98 |
달팽이
[7] ![]() | 운영자 | 2008.06.08 | 3770 |
97 | 보내소서~힘 되도록~ [2] | 하늘꽃 | 2008.06.06 | 2869 |
96 | 우꼬 사라 우꼬 사라 [3] | 운영자 | 2008.05.29 | 3701 |
95 | 불먹은 가슴 [4] | 하늘꽃 | 2008.05.27 | 3591 |
94 |
찔레꽃
[9] ![]() | 운영자 | 2008.05.25 | 38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