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4569
  • Today : 557
  • Yesterday : 916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2833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마지막 향기 [2] 만나 2011.03.16 3140
102 sahaja님의 '불재'를 읽다가... [3] 포도주 2008.05.23 3157
101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3170
100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물님 2013.01.23 3173
99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3174
98 박성우, 「소금창고 물님 2011.10.24 3175
97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구인회 2013.09.18 3178
96 나는 천개의 바람 [2] 물님 2010.01.24 3183
95 그 꽃 [1] 물님 2009.11.22 3192
94 꽃자리 물님 2013.02.14 3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