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3 | 님의 침묵 [1] | 물님 | 2009.05.29 | 1516 |
102 | 까비르 "신의 음악" [1] | 구인회 | 2012.06.26 | 1515 |
101 |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 물님 | 2011.11.22 | 1515 |
100 | 원시 -오세영 | 물님 | 2012.07.01 | 1514 |
99 | 한동안 그럴 것이다 | 물님 | 2011.05.05 | 1514 |
98 |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 요새 | 2010.06.19 | 1514 |
97 | 바닷가에서 | 요새 | 2010.07.21 | 1513 |
96 |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 이중묵 | 2009.01.24 | 1512 |
95 |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 물님 | 2012.05.15 | 1511 |
94 | 고독에게 1 | 요새 | 2010.03.21 | 1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