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436
  • Today : 1161
  • Yesterday : 1501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59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1593
332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1594
331 '손짓사랑' 창간시 file 도도 2009.02.03 1596
330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1597
329 감각 요새 2010.03.21 1597
328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1597
327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file 이중묵 2009.01.24 1598
326 물님 2011.01.25 1598
325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1598
324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물님 2009.08.31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