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317
  • Today : 1042
  • Yesterday : 1501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1600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656
172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656
171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1656
170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1654
169 사랑 요새 2010.12.11 1653
168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1652
167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1650
166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1650
165 시론 물님 2009.04.16 1649
164 구름의 노래 [1] 요새 2010.07.28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