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창 시인의 ㅁ, ㅂ, ㅍ
2006.09.13 21:07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2006.9.12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2006.9.12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3 | 서성인다 - 박노해 | 물님 | 2017.09.19 | 2709 |
52 | 흰구름 | 물님 | 2017.10.24 | 2892 |
51 | 세사르 바예호 | 물님 | 2017.11.02 | 3011 |
50 | 가을 노래 - 이해인 | 물님 | 2017.11.02 | 3032 |
49 | 가을 몸 | 물님 | 2017.11.02 | 2746 |
48 |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1] | 물님 | 2018.03.31 | 2682 |
47 |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 오영재 계관시인(북한) [1] | 구인회 | 2018.04.29 | 2708 |
46 |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 | 물님 | 2018.05.09 | 2684 |
45 | 스승 | 물님 | 2018.05.17 | 3059 |
44 | 자녀교육을 위한 시 - 칼릴 지브란 | 물님 | 2018.06.05 | 3393 |
...........물님은 저를 보고 웃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