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303
  • Today : 1028
  • Yesterday : 1501


가을 저녁의 시

2010.11.18 06:53

물님 조회 수:1625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1588
322 감각 요새 2010.03.21 1589
321 새벽밥 물님 2012.09.04 1589
320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1590
319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1592
318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1592
317 당신에게 말 걸기 [1] 물님 2011.09.26 1593
316 눈물 [1] 물님 2011.12.22 1593
315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1594
314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1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