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애경 - 조용한 날들
2012.05.15 12:13
양애경, 「조용한 날들」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둥당거리던 기타 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8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 시_ 양애경 - 1956년 서울 출생.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등이 있음. 현재 공주영상대학교 방송영상스피치과 교수로 재직 중.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83 | 아침에 쓰는 일기 3. [8] | 하늘꽃 | 2008.09.01 | 4272 |
282 | 떼이야르드 샤르뎅 [2] | 운영자 | 2008.09.04 | 3278 |
281 | 바다 [3] | 이상호 | 2008.09.08 | 3319 |
280 | 하느님 나라 [5] | 하늘꽃 | 2008.09.09 | 4001 |
279 | 꼬리잡기 [5] | 운영자 | 2008.09.15 | 3297 |
278 | 당신은 [5] | 하늘꽃 | 2008.09.18 | 4003 |
277 | 찬양 [6] | 하늘꽃 | 2008.09.25 | 3308 |
276 | 옷 [5] | 운영자 | 2008.09.29 | 4193 |
275 | 꿈 [3] | 운영자 | 2008.10.13 | 3527 |
274 | 하늘꽃 [3] | 하늘꽃 | 2008.10.23 | 3263 |
옛날 사진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 ............
요즘 나에게
평화란
완전 동강나지 않은
반절 남은 어깨힘줄 알아주고 쓰다듬어주며
아무 것도 안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