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6931
  • Today : 526
  • Yesterday : 1071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250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2257
112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2254
111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물님 2015.05.19 2252
110 배달 [1] 물님 2009.03.12 2251
»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2250
108 눈동자를 바라보며 [1] file 운영자 2008.12.28 2250
107 행복해진다는 것 [1] 운영자 2008.12.04 2249
106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2248
105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2248
104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