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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창 시인의 ㅁ, ㅂ, ㅍ

2006.09.13 21:07

송화미 조회 수:2784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2006.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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