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2020.11.06 21:52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이 겨울 갑오농민전쟁 전적지를 찾아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더듬으며
나는 이 시대의 기묘한 대조법을 본다
우금치 동학혁명군 위령탑은
일본군 장교출신 박정희가 세웠고
황토현 녹두장군 기념관은 전두환이 세웠으니
광주항쟁 시민군 위령탑은 또
어떤 자가 세울 것인가
생각하며 지나는 마을마다
텃밭에 버려진 고추는 상기도 붉고
조병갑이 물세 받던 만석보는 흔적 없는데
고부 부안 흥덕 고창 농투사니들은 지금도
물세를 못 내겠다고 아우성치고
백마강가 신동엽시비 옆에는
반공순국지사 기념비도 세웠구나
아아 기막힌 대조법이여 모진 갈증이여
곰나루 바람 부는 모래펄에 서서
검불 모아 불을 싸지르고
싸늘한 성계육 한 점을 씹으며
박불똥이 건네주는 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켠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 | 낭만이란 반드시 있어야 한다 | 물님 | 2016.09.01 | 2506 |
» |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 물님 | 2020.11.06 | 2498 |
21 | 상사화 | 요새 | 2010.03.15 | 2495 |
20 | 서성인다 - 박노해 | 물님 | 2017.09.19 | 2492 |
19 | 참 닮았다고 | 물님 | 2016.09.04 | 2483 |
18 |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 오영재 계관시인(북한) [1] | 구인회 | 2018.04.29 | 2466 |
17 |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박노해 | 물님 | 2020.11.17 | 2457 |
16 |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 따발총 | 2016.12.25 | 2451 |
15 | 가면 갈수록 | 물님 | 2020.01.15 | 2447 |
14 | 조문(弔問) | 물님 | 2016.11.24 | 24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