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 물님 | 2012.07.01 | 1691 |
92 | 한동안 그럴 것이다 | 물님 | 2011.05.05 | 1691 |
91 |
비 내리면(부제:향나무의 꿈) / 이중묵
[4] ![]() | 이중묵 | 2009.01.21 | 1690 |
90 | 행복해진다는 것 [1] | 운영자 | 2008.12.04 | 1689 |
89 | 고독에게 1 | 요새 | 2010.03.21 | 1688 |
88 | 석양 대통령 | 물님 | 2009.05.13 | 1687 |
87 | 멀리 가는 물 [1] | 물님 | 2011.05.24 | 1686 |
86 |
차안의 핸드폰
[3] ![]() | 하늘꽃 | 2009.01.13 | 1686 |
85 |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 이중묵 | 2009.03.03 | 1684 |
84 | 오래 되었네.. [1] | 성소 | 2011.08.10 | 16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