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ㅂ, ㅍ
2007.12.29 16:47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댓글 3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3 | 나도 어머니처럼 - 박노해 | 물님 | 2019.05.13 | 1130 |
32 | 사랑 -괴테 | 물님 | 2019.05.11 | 1129 |
31 |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1] | 물님 | 2018.03.31 | 1118 |
30 | 자기 삶의 연구자 | 물님 | 2018.06.06 | 1109 |
29 | 꿈 - 헤르만 헷세 | 물님 | 2018.08.13 | 1100 |
28 |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 물님 | 2020.11.06 | 1093 |
27 | 스승 | 물님 | 2018.05.17 | 1062 |
26 | 흰구름 | 물님 | 2017.10.24 | 1043 |
25 | 헤르만 헤세 - 무상 | 물님 | 2021.03.18 | 1030 |
24 | 길을 잃으면 | 물님 | 2019.09.30 | 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