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6436
  • Today : 686
  • Yesterday : 859


님의 침묵

2009.05.29 23:09

물님 조회 수:2976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2] 요새 2010.09.09 2934
142 목적독백 [4] file 하늘꽃 2009.01.12 2934
141 갈 대,, `신경림 구인회 2010.03.15 2933
140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2932
139 떼이야르드 샤르뎅 [2] 운영자 2008.09.04 2932
138 약수정 오늘 이시는 내가만든 지붕을 부셔줬다 [3] 하늘꽃 2008.06.30 2929
137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 Rumi 구인회 2012.10.12 2927
136 사철가 [1] 물님 2009.03.16 2927
135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2921
134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2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