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7090
  • Today : 864
  • Yesterday : 1296


ㅁ, ㅂ, ㅍ

2007.12.29 16:47

하늘꽃 조회 수:2355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가을 저녁의 시 [1] 물님 2010.11.18 1451
312 사랑 요새 2010.12.11 1451
311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1451
310 나는 숨을 쉰다 [1] 물님 2011.11.28 1451
309 雨期 [1] 물님 2011.07.29 1452
308 음악 [1] 요새 2010.03.19 1453
307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1453
306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1454
305 사철가 [1] 물님 2009.03.16 1456
304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1456